[북한 통신] “시장 통제로 북한 돈주 약 70~80%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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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의 단속과 통제 강화로 정보의 공유가 차단된 북한에서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내부 취재협조자를 통해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현상 등을 신속하고 깊이 있게 전하는 ‘북한 통신’,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합니다.]

[기자] 이시마루 대표님. 북한 시장에 대한 당국의 단속과 통제가 많이 강화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요즘 시장의 모습은 어떤지 궁금한데요. 시장에 대한 통제는 여전한지, 거래 물건은 늘어났는지, 시장에 활기는 넘치는지 등 최근 조사한 북한 시장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이시마루 지로] 네. 우선 설명해 드리고 싶은 것은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조자가 북한 평안북도와 양강도, 함경북도에만 있습니다. 평양과 평안남도의 취재협조자와는 연락이 끊긴 상태이기 때문에 제가 설명하는 것은 북한 북부지방 도시의 상황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아시아프레스'뿐 아니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도 지금까지 많이 보도해 왔고 많이 알려진 내용인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북한 시장이 많이 활성화되고, 없는 물건이 없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물건들을 판매해 오지 않았습니까. 시장에는 중국 물건부터 한국 물건까지 판매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과거의 일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방 도시의 시장은 옛날에는 아주 다양한 물건들이 시장을 점유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중국 의류나 신발, 식기, 비누부터 칫솔, 치약 등은 거의 다 사라진 상태입니다. 그 대신에 국산품이 일부 판매되고 있는데, 그것도 국가 정책에 따라 국영상점에서 판매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국산품도 시장에서 많이 팔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로 야채나 일부 식품들, 빵이나 떡, 과자라든지, 그리고 집에서 가공한 의류품 일부가 있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손님도 많이 줄었고, 판매하는 사람도 많이 줄었습니다. 장사가 잘 안되니까 매대를 포기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기자] 올해부터 북한 시장에서 쌀과 옥수수 등 식량 거래는 금지됐다고 말씀하신 바 있는데요. 그래서 요즘은 식량 가격을 말할 때 ‘시장 가격’이 아닌 ‘양곡판매소’의 가격을 이야기합니다. 여전히 시장에서 식량 거래는 금지된 상태인가요?

[이시마루 지로] 시장에서의 식량, 그러니까 백미(쌀)와 옥수수의 판매에 대해서는 약간 정리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시기적으로 수확 철이라서 변동이 큽니다. 기본적인 설명부터 드리면,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1월 이후 김정은 정권은 국영 양곡판매소에서 식량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시장에서의 식량 판매에 대해서 많이 개입했습니다. 가격이 오르지 않게 간섭하고, 많이 팔지 말라며 판매량에 제한을 두고, 유통과 관련해서도 협동농장에서 생산된 곡물이 시장에 유입되지 않도록 많이 통제했습니다. 그래서 장사꾼들도 장사가 잘 안돼서 하나둘씩 떠났죠. 많은 제한이 있었지만, 그래도 시장 거래가 아주 금지된 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2022년 말까지는 백미와 옥수수 판매를 볼 수 있었는데, 올해 1월부터 우리가 조사한 북부 지방에서는 공식적으로 판매 금지가 됐습니다.

그래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사람들의 수요가 있지 않습니까. 어디선가는 구매해야 하는데, 국가에서는 “양곡판매소에서 사라”고 했고, 일부 기업소에서는 출근하는 사람에게 일부 배급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양곡판매소와 배급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식량을 거래하는 사람을 찾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올해 3월경부터는 소량의 식량 판매에 대해 눈감아 줬지만, 여전히 진열 판매를 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또 백미와 옥수수 외에 다른 곡식들, 예를 들어 밀가루, 콩, 감자 등은 판매가 가능하지만, 지금도 시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주식인 백미와 옥수수의 판매를 금지하면서 국가가 식량 유통의 주도권을 가지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기자] 수확 철을 맞아 양곡판매소의 식량 가격은 어떻습니까? 최근 ‘아시아프레스’가 파악한 바로는 식량에 대한 통제 때문에 식량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는 분석도 있었는데요.

[이시마루 지로] 지금 식량 가격을 볼 때 수확 철이라는 시기를 많이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9월 초부터 전국적으로 옥수수 수확이 시작되고, 10월 중순까지 북부 지방에서 옥수수 수확이 거의 다 완료된 상태입니다. 이 옥수수가 아직 분배되지 않았고, 시장에도 유통되지 않았고, 양곡판매소에서도 아직 옥수수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감자가 많이 수확됐고요. 최근에는 중국산 쌀, 러시아산 밀가루가 유통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양곡판매소에서 밀가루와 중국산 백미를 판매합니다. 이에 관해 설명이 좀 필요한데, 주민들에게 "양곡판매소에서 식량을 구매하라"고 유도해 왔지만, 기본적으로 국가 보유 식량이 모자랍니다. 그래서 올해 초부터 한 달을 기준으로 초순에 한 번, 하순에 한 번만 판매합니다. 여기에 세대 당 몇 kg이라는 판매량 제한이 있어요. 옥수수의 경우 한 달에 10kg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시장이나 암거래하는 사람을 찾았죠. 그런데 9월 이후에는 수확 때문에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감자도 나오고, 수입산 백미, 러시아산 밀가루가 나오면서 좀 더 싼 가격으로 판매했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불안하니까 가능하면 식량을 많이 확보하려고 합니다.

또 이런 것도 있습니다. 협동농장에서 감자와 옥수수 수확이 다 끝났는데, 수확 시기에 맞춰 엄청난 농장 통제를 시작했습니다. 농장에서 수확한 식량이 유출되는 것을 매우 강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시장과 암거래에 대한 경계죠. 왜냐하면 양곡판매소에서 식량을 판매하는데, 어떨 때는 없으니까 암거래 장사꾼들이 식량 거래의 주도권을 갖기도 하거든요. 결과적으로 말씀드리면, 암거래를 포함한 시장에서 식량 유통에 변동이 커서 가격에도 심한 변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시장에서 쌀값이 얼마인가'를 전달하기가 좀 어려운 상태가 돼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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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시민들이 한 상점에서 음식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 AP (Vincent Yu/AP)

[기자] 지난 시간에도 올해 한 협동농장에서 옥수수 생산량이 늘었다는 소식을 전해주셨는데, 올해 양강도 협동농장에서 감자가 풍년이라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올해는 농장마다 수확량이 작년보다 나아졌다는 것을 느끼십니까?

[이시마루 지로]네. 지난 10월 31일에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올해는 양강도에서 감자가 대풍작이라고 합니다. 양강도와 함경북도의 감자농장에서는 농장원들이 감자로 배급을 받았습니다. 기업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10월에 20일분 또는 30일분의 감자를 노동자들에게 줬습니다. 그래서 쌀과 옥수수를 찾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또 현재 조사 중이지만, 북부 지방에 한해서 말씀드리면 옥수수는 작년보다 조금 좋아진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하지만 국가가 원하는 수준에는 여전히 모자란다는 말도 많습니다. 작년보다는 낫지만, 평년에 비하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라는 게 전체적인 평가인 것 같아요.

[기자] 네. 다시 시장 이야기로 돌아가면 초반에도 말씀하셨지만, 여전히 중국에서 충분한 양의 물건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서 거래되는 품목이나 수, 양 등이 충분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한 번 더 정리해 주시겠습니까.

[ 이시마루 지로 ] 북한 시장의 기능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국가 통제 때문에 그렇죠. 이건 자유아시아방송에서도 이미 보도했지만, 우리도 정보를 파악했는데 지난 8월 초에 포고문이 하나 나왔습니다. 이것이 사람들에게 매우 큰 충격을 줬는데, 그 내용이 하나는 '외화 사용 금지', 그리고 '식량과 여러 물건을 개인이 등록 없이 유통하면 안 된다'라는 겁니다. 시장이란 게 개인이 판단해서 물건을 입수하고, 유통해서 판매 가격도 정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게 다 일절 금지됐어요. "일단 다 국가에 등록하라", 이런 제도가 됐습니다. 시장 주변에 이른바 '메뚜기장'이라 불리는 소규모 장사꾼조차 등록하지 않으면 다 몰수됩니다. 또 포고문이 무서운 이유는 '죄가 무거울 경우 사형에까지 처한다'는 경고가 포함돼 있습니다. 등록하지 않으면 장사 자체를 일절 못하게 한다고 하니까 이익도 많이 줄어들어서 개인 유통이나 장사가 크게 위축됐습니다. 그동안 돈주와 장사꾼들이 유통으로 돈을 많이 벌었는데, 지금은 이익이 없어서 많이 철수했다고 합니다.

지금 시장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은 농촌 아니면 교외에서 재배한 채소나 감자 등을 인계받아 판매하거나 농민들이 직접 시장 근처에 와서 판매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고, 집에서 만든 과자나 떡 같은 것도 승인받고 판매합니다. 중국에서 만든 옷이나 신발도 거의 없어졌다고 하고요. 국내산이 나오는데 국영 공장에서 생산한 거잖아요. 공장에서 만든 것은 직접 시장에서 팔지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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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개성시 골목길에서 과일과 채소 등을 파는 북한 주민들 / AFP

[기자] 대표님께서는 늘 현금 수입의 급감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하셨는데요. 요즘 북한 시장의 상황을 들어보니 그 문제는 여전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아까도 잠깐 언급하셨지만, 특히 과거에 돈을 많이 벌었던 돈주들의 상황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이시마루 지로]돈주들의 활동도 역시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개인의 경제활동에 대한 통제의 표적은 돈주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돈주들이 여러 가지 다양한 분야에서 돈을 벌었잖아요. 배에 투자해 고기잡이 일꾼을 고용하고 잡아 온 수산물을 중국에 수출해 돈을 벌었고, 소형 탄광도 운영했고, 장거리 버스나 물류 트럭 운수 등 여러 형태의 장사로 확대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코로나 통제를 하면서 이런 장사 자체를 많이 못 하게 됐습니다. 또 돈주들이 수입을 많이 얻었던 업종 중 하나가 바로 유통이었습니다. 무역회사가 중국 물건을 수입해 돈주에게 넘기면 그 물건을 국경 도시에서 지방 도시에 도매하는 일을 해서 돈을 정말 많이 벌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에는 방역 조치에 따른 통제와 경제활동 제한 조치 때문에 큰 타격을 받았죠. 지금은 국영 공장에서 생산한 물건을 국영 상점에 넘기거나 이걸 위탁판매 또는 유통하는 장사밖에 남지 않았는데, 돈이 얼마 안 되지 않습니까. 거기서도 많이 철수했습니다. 제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돈주의 약 70~80%는 몰락했다고 보고 있어요. 김정은 정권 입장에서는 돈주가 많은 돈을 벌면서 그 힘으로 여러 행정과 인사에 개입하고,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것에 대한 경계를 시작하면서 북한 내부에서는 '이제 돈주 죽이기에 나섰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우리 협조자가 보고해 옵니다.

[기자] 네. 오늘은 추수철을 맞아 북한 시장의 모습과 식량 거래 현황은 어떤지 짚어봤습니다. 지금까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 이경하